2012/08/17

분당선동과 부화뇌동의 시끄러운 불협화음

변혁과 진보 (89)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우경기회주의자들의 분당선동

분당파의 막말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진보정치 혁신모임'에 참석한 분당파 대표인사는 거리낌도 없이 "통합진보당은 국민에게 해로운 당이 됐다"는 막말을 내뱉었다.

'혁신'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위장한 그들이 일으킨 반대파 제거소동이 자기들 뜻대로 잘 되지 않자 나중에는 통합진보당을 분당소동에 몰아넣고 '해로운 당'이 되었다고 하면서 자기 당을 비방하다니, 이거야말로 제 얼굴에 침뱉기다. 정파이익에 병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통합진보당을 기어이 둘로 쪼개려는 분당파의 분당선동야말로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에 해롭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해로운 독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기회주의(opportunism)라는 아주 해로운 사상조류가 있다. 원칙을 팽개치고 무원칙하게 상황변화에 따라 자기이익에만 집착하는 성향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사상조류가 바로 기회주의인데, 분당파가 드러낸 성향과 행동에서 기회주의의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나 보인다.

첫째, 진보적 대중정당이 지켜야 할 원칙을 팽개쳤다는 점에서, 분당파의 성향과 행동은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진보적 대중정당은 분당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파별로 갈라서는 경망스러운 분당선동으로 건설되는 게 결코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진보적 대중정당은 분산, 분열된 정파들을 공동강령으로 결집시키는 진지한 통합노력으로 건설되는 것이다.

진보적 대중정당이 여느 정파집단과 질적으로 다른 근본적인 차이는, 서로 정견이 다른 정파들이 상호합의한 공동강령 아래 총결집하고 대통합하는 데 있다.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 앞자리에 앉힌 '통합'이라는 말이 진보적 대중정당이 지켜야 할 총결집과 대통합의 원칙을 명백히 말해주고 있다. 진보적 대중정당의 존재방식과 발전방향은 명백하게도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다. 도대체 이런 진리를 모르는 진보정치인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분당파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존재방식과 발전방향을 전면 부정하는 분당선동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만일 진보정치가 분당선동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분당파의 주장과 견해가 객관적으로, 경험적으로 입증된다면, 모든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당연히 분당파의 그런 주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치가 분당선동으로 강화발전될 수 있다는 소리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요 입에 담지 못할 모독이다. 세상 물정을 아직 잘 몰라도 초보적인 사리판단 정도는 할 줄 아는 중학생이라면, 그런 궤변에 속지 않을 것이며, 그런 모독을 배격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정적인 새누리당에서 요즈음 대선출마를 놓고 박근혜파와 김문수파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데, 김문수파가 박근혜파를 앞질러 대선출마권을 차지할 가망은 전혀 없다. 차츰 궁지에 몰린 김문수는 비방발언으로 박근혜를 공격하다가 박근혜파에게 멱살까지 잡혔는데도, 김문수 입에서는 분당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새누리당 분당이 수구정치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분당이라는 소리를 전혀 꺼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수구우파정당에 맞서 진보정치를 하겠다고 한때 목소리를 높이며 통합진보당을 함께 건설한 유시민파와 심상정파는 통합한지 몇 달만에 분당선동이나 벌이고 있으니, 당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유시민은 김문수에게서, 심상정은 박근혜에게서 정당정치의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둘째, 요즈음 통합진보당 현실이 잘 말해주는 것처럼, 분당파는 상황변화에 따른 자기들의 정파이익추구에만 집착하고 있다. 분당파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의 정파이익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통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반대파 제거소동이 실패로 끝나 당내 상황이 바뀌자마자 그들의 태도는 정확히 180도로 돌변하였다. 자기들이 언제 통합을 말했냐는 식으로 태도가 돌변하여 지금은 무조건 분당해야 한다는 궤변과 망언을 늘어놓기 바쁘다. 분당이 자기들의 정파이익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믿기에 "분당만이 살 길"이라는 식의 궤변과 망언을 늘어놓는 것이다.

통합에서 재빨리 분당으로 옮겨탄 분당파의 초고속 돌변속도는, 정파이익추구의 기회를 순식간에 포착하고 180도로 돌변하는 우경기회주의의 동물적 감각이 얼마나 고도로 발달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정파이익추구에 따라 돌변하는 우경기회주의자들은 원래 수구우파정당에 기생하는 '철새 정객'이다. 그런데 수구우파정당에 둥지를 틀고 있어야 할 '철새 정객'들이 진보적 대중정당에 끼어들어 잠깐 기웃거리다가 갑자기 '가출'하겠다고 한다. 원래 '철새 정객'의 생존방식은 '무단가출'과 '집단이동'이 아닌가.

계절변화에 따라 계속 이동하는 철새들을 붙잡아두고 길들이려는 것은 철새의 떠돌이 생리와 맞지 않는 듯하다. 철새는 떠돌아다녀야 자연스럽다.


분당망동에 더하여 부화뇌동까지

통합진보당에서 울려나오는 우경기회주의자들의 분당선동도 듣기가 괴로운 판에, 이번에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린가? 왜 지지를 철회하였는가 알아봤더니,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진성당원 75,000명 가운데 46.6%에 이르는 35,000명 당원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데, 그런 당을 보고 노동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니 무슨 소린가? 통합진보당 강령은 "노동이 존중받고, 민중생존권이 보장되는 경제적 평등사회"와 "민생중심의 자주자립경제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목표들을 밝히고 있는데, 그런 당을 보고 노동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니 무슨 소린가?

당원의 46.6%가 노조조직화된 노동자들이고, 당의 강령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이익을 위해 진보정치를 실현하겠노라고 명백히 천명하였는데도, 노동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노동중심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노총이 말하는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이라는 것은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을 지도한다는 뜻인가? 만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통합진보당을 지도하려고 하는 데도 지도할 수 없게 되니까 통합진보당을 외면하겠다고 하였다면, 그거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설마 그런 무식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으면서, 진보적 대중정당과 진보적 대중단체의 관계문제에 관해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간다.

과학적인 사회변혁이론에 따르면, 노동계급은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이끌어가는 선진적 영도계급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진적 영도계급이 민주적 노동조합을 통해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반드시 진보적 대중정당을 통해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민주노조활동이 진보정당활동과 분리될 수 없지만, 양자가 동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적 노동조합에 결집한 선진적 노동자들은 진보적 대중정당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이라는 개념이 뜻하는 핵심내용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적극 지지할 때, 바로 그러할 때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확보한 정당으로서 자기의 성격을 분명히 지니고 자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는 민주노총이 그 당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그 당에 입당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당에서 얼마나 책임적인 역할을 하느냐 하는 문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만일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그 당을 적극 지지해주지 못한 민주노총 자신에게 있고, 또한 그 당에서 책임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당원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는 다섯 개 정파로 구성되었다. 통합진보당 지지파, 분당선동 동조파, 좌파정당 건설추진파, 진보신당 지지파, 민주통합당 연대파 등이다. 이처럼 복잡한 정파구성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60만명이나 되는데도 통합진보당에 진성당원으로 가입한 조합원은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가운데 불과 5.83%(35,000명)밖에 되지 않는 까닭을 잘 말해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자기 조합원 가운데 5.83%만 통합진보당에 입당시켜놓고 이제와서 그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을 어떻게 낯 뜨겁게 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한다는 말을 꺼낼 때는 적어도 전체 조합원 가운데 최소한 10%에 이르는 6만명 정도는 그 당에 입당시키고 나서 지지한다고 말했어야 이치에 맞지 않는가.

이런 사정을 보면, 처음부터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을 말로만 지지한다고 했지, 실질적으로는 지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 지지한다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비록 민주노총 지도부 정파구성이 너무 복잡하여,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진성당원 가운데 46.6%나 되므로, 그들이 단합하여 당 안에서 자기의 책임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더라면 우경기회주의자들의 소동을 간단히 저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을 최악의 시련과 위기에 몰아넣은 우경기회주의자들의 소동이 지난 몇 달 동안 지속되는데도 그 당의 민주노총 소속 진성당원들은 맥을 놓고 있었다.

2012년 8월 14일 '분당반대! 통합진보당 사수를 위한 노동자운동본부(준)'가 결성됨으로써 분당선동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지만, 우경기회주의자들이 분당선동을 너무 확산시켜놓은 통에 지금은 그 소동을 저지하기 불가능하다.

그런 노동자 정치활동은 우경기회주의자들이 비례대표 당내경선 결과를 왜곡하며 당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 시작한 넉 달 전에 절실히 필요하였는데, 이제는 때가 너무 늦었지만 뒤늦게나마 그런 정당한 목소리가 울려나오는 것은 바람직하고 다행한 일이다.
 
민주노총 제13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표결권자 39명 가운데 27명이 찬성하여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하였으니, 민주노총 지도부 성원들 가운데서 통합진보당 지지파는 불과 12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27명은 다른 네 개 정파에 각각 속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조합원이 60만명을 헤아리고, 그 가운데서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조합원만 해도 35,000명인데, 통합진보당과 정견을 달리하는 27명이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을 갈라놓는 결정을 내린 것은 모순의 극치다. 민주노총 지도부 성원 27명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 결정과정에서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각자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화뇌동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통합진보당 우경기회주의자들이 벌이는 분당망동에 더하여 그 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를 철회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부화뇌동까지 겹쳤으니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앞길에 겹겹이 가로막힌 역경과 난관은 혹심하다.

하지만 분당선동과 부화뇌동의 시끄러운 불협화음은 머지 않아 꺼질 것이고,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연주하는 장중한 선율이 다시 울릴 것이다. 진보와 변혁을 향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열망으로 불덩이 마냥 뜨거운 미래만이 진보정치활동가들과 당원들을 역경과 난관 앞에서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시끄러운 불협화음 속에서도 좌절과 후퇴를 모른다. (2012년 8월 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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